"물은 며칠에 한 번 주나요?"라는 질문의 함정
화원을 방문하거나 식물을 새로 들일 때 가장 많이 묻는 말이 "이거 물 몇 일마다 줘요?"입니다. 그때마다 "일주일에 한 번요" 혹은 "열흘에 한 번요"라는 대답을 듣게 되죠.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대답대로만 물을 주면 식물은 죽을 확률이 높습니다.
우리 집의 습도, 통풍 상태, 화분의 재질, 그리고 계절에 따라 흙이 마르는 속도는 매번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식물을 잘 키우는 고수들은 날짜를 계산하지 않습니다. 대신 식물이 보내는 신호와 '흙의 상태'를 읽습니다.
겉흙과 속흙, 어디까지 말려야 할까?
식물마다 물을 좋아하는 정도가 다르지만, 일반적인 관엽식물(몬스테라, 고무나무, 스킨답서스 등)을 기준으로 가장 안전한 기준은 '속흙까지 말랐을 때' 주는 것입니다.
겉흙 확인: 화분의 표면 흙을 손가락으로 1~2cm 정도 파보세요. 흙이 보슬보슬하게 말라 있다면 물을 줄 준비가 된 것입니다.
속흙 확인: 겉은 말랐어도 속은 축축할 수 있습니다. 손가락 두 마디 정도를 찔러 넣었을 때 습기가 느껴지지 않거나, 나무젓가락을 5분 정도 꽂아두었다 뺐을 때 흙이 묻어 나오지 않는다면 그때가 바로 '골든타임'입니다.
무게로 확인: 플라스틱 화분이라면 물을 준 직후의 무게와 흙이 바짝 말랐을 때의 무게 차이를 기억해 보세요. 화분을 들어보았을 때 가볍다는 느낌이 들면 물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실제로 겪는 실수: '찔끔' 주는 물이 뿌리를 썩게 한다
초보 식집사들이 많이 하는 실수 중 하나는 "물을 너무 많이 주면 죽을까 봐" 매일 조금씩 컵으로 한 잔 정도만 주는 것입니다. 이것은 식물에게 아주 위험한 습관입니다.
물을 조금씩 자주 주면 화분 위쪽의 흙만 젖고, 정작 중요한 뿌리 아래쪽까지는 물이 닿지 않습니다. 반대로 겉흙은 계속 축축한 상태라 곰팡이가 생기거나 초파리가 꼬이기 쉽죠. 물을 줄 때는 '줄 때 확실하게, 굶길 때 확실하게' 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화분 구멍으로 물이 흘러나올 정도로 충분히 주어 흙 속의 노폐물과 이산화탄소가 빠져나가게 해야 합니다.
과습으로 식물을 죽이지 않는 3단계 요령
식물이 죽는 원인의 80%는 물 부족이 아니라 '과습'입니다. 뿌리가 물에 잠겨 숨을 쉬지 못해 썩어버리는 것이죠. 이를 방지하려면 다음 단계를 지켜보세요.
통풍은 필수: 물을 준 직후에는 반드시 창문을 열어 바람을 쐬어주거나 서큘레이터를 틀어주세요. 흙 속의 과도한 수분이 증발해야 뿌리가 숨을 쉽니다.
물받침 비우기: 화분 받침에 고인 물을 그대로 두는 것은 식물을 물고문하는 것과 같습니다. 물을 준 후 30분 정도 지나 받침에 고인 물은 반드시 비워주세요.
계절별 조절: 성장이 활발한 봄, 여름에는 물을 자주 주어야 하지만, 성장이 더뎌지는 겨울에는 평소보다 물 주는 주기를 훨씬 길게 가져가야 합니다.
식물이 보내는 갈증 신호 읽기
흙을 확인하는 게 어렵다면 식물의 잎을 관찰해 보세요. 물이 부족하면 식물은 스스로 수분 증발을 막기 위해 잎을 아래로 축 늘어뜨리거나 잎이 얇아진 느낌을 줍니다.
예를 들어 '평화의 릴리(스파티필름)' 같은 식물은 물이 고프면 드라마틱하게 전체가 쓰러집니다. 이때 물을 듬뿍 주면 몇 시간 만에 다시 꼿꼿이 일어서죠. 이런 경험을 반복하다 보면 굳이 흙을 만져보지 않아도 "아, 이제 목이 마르구나"라는 것을 눈으로 알게 됩니다.
핵심 요약
물 주기는 날짜(달력)가 아니라 흙의 건조 상태를 보고 결정해야 한다.
물을 줄 때는 화분 구멍으로 배수될 만큼 한 번에 듬뿍 주는 것이 뿌리 건강에 좋다.
물 준 후의 통풍과 화분 받침 비우기는 과습을 방지하는 필수 과정이다.
다음 편 예고: 물을 잘 줘도 식물이 비실거린다면 '흙' 자체의 문제일 수 있습니다. 다음 편에서는 식물이 숨 쉬는 집, 배합토 레시피와 분갈이 기초에 대해 다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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